지리산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장쾌한 능선을 자랑하는 덕유산을 보름 만에 다시 찾은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팀장 박재석 대표이사)'의 산행은 23일 오전 6시 전북 장수와 경남 함양을 잇는 육십령에서 시작됐다.

육십령은 지난해 11월 1일 중재까지 20.82㎞ 구간 종주를 위해 찾았던 곳으로 6개월 만이다. 웬만한 산 높이에 이르는 육십령(해발 734m)의 세찬 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평소 종주 산행 인원의 10배에 이르는 많은 사람이 두 가지 코스로 길을 잡았다. A코스(육십령∼서봉∼삿갓재∼황점)와 B코스(육십령∼서봉∼월성재∼황점)로 나눴지만 갈림길인 월성재까지 9.9㎞는 외길이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다 간간이 내리는 비 때문에 지난 9일 산행과는 달리 시원했다.

함양과 장수군의 경계를 타고 오르면 첫 번째 봉우리인 할미봉(1026m)에 앞서 작은 암봉을 지나 헬기장을 거쳐야 한다. 사나운 날씨 탓에 기암괴봉으로 이루어진 할미봉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힘들게 산에 오른 후 봉우리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데 하늘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정체(?) 구간을 지나 할미봉까지 오른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할미봉에서 구간 최고봉인 서봉(해발 1510m, 일명 장수 덕유산)까지 4.8㎞ 구간은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 할미봉을 지나 서봉으로 가는 초입에 급경사 계단과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 급경사길이 종주팀의 발목을 잡았다.

종주팀의 속도와 산행 경험으로는 그렇게 힘들지 않은 곳이지만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함께 산행에 나선 탓에 급경사 코스를 빠져나가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에다 시간에 쫓긴 다른 종주팀의 몰지각한 행동 때문에 우리 일행이 하마터면 크게 다치는 불상사가 일어날 뻔했다. 산신령께서 도운 탓인지 화를 면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결코, 자연 앞에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는 진실과 '길이 아닌 곳으로는 가지 마라'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더 되새겼다.

급경사 길을 힘들게 내려섰지만 서봉까지는 걷고 또 걸어도 좀처럼 거리가 줄지 않았다. 오른 만큼 내려가고 내려간 만큼 또 오르기를 쉴 새 없이 해댔지만 좀처럼 서봉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마지막 오르막 암릉길을 올라서자 마침내 서봉에 도착했다. 산 정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넓은 암반이었지만 일행 모두가 빼곡히 들어서는 바람에 비좁게 느껴졌다.

미리 준비한 제물을 차려놓고 박재석 팀장과 조용만 부팀장, 박광호 등반대장이 정성껏 산신께 기도를 올렸다. 지금까지 무탈한 산행도 산신께서 굽어 살피신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봉에서 A·B코스 갈림길인 월성재(해발 1240m)까지는 2.9㎞를 오르고 내리기를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 남덕유산(해발 1507.4m)은 종주 길에서 약 300m 벗어나 있어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바로 월성재로 방향을 잡았다. 남덕유산에서 월성재까지는 오르막이 전혀 없는 내리막길 연속이다. 월성재에서 애초 B코스로 산행을 정한 동료와 산행 중 다리나 발목에 이상이 생긴 동료를 황점으로 하산시키고 나머지 40여 명이 삿갓재 대피소로 방향을 잡았다.

월성재에서 삿갓재 대피소까지 도상 거리는 2.9㎞로 생각보다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1419m의 삿갓봉을 비롯해 1300m급 봉우리 2∼3개를 오르내려야 한다. 드디어 삿갓재 대피소를 거쳐 목적지인 황점 마을에 도착했다. 삿갓골 대피소에서 황점까지는 4.2㎞로 1시간 30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코스여서 중간 중간 만나는 계곡에 발을 담그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두 번에 걸친 종주 산행으로 덕유산 구간 41.21㎞(접속 구간 8.4㎞ 포함)를 마쳤다. 다시 한번 덕유산 종주 계획이 있다면 당일 코스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실제로 베테랑 산꾼은 이 코스를 당일로 해치우기도 한다.